[17] 노병의 독백 - 국민방위군-어린박사 노병의 독백 - 어린 박사 교실에 수용된 장정은 오전엔 교실 바닥에 둥글게 모여앉아 방위군 장교가 들려주는 시사 해설이나 오락회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연병장(운동장)에 나가 제식훈련을 한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오락회 때면, 한참 유행하던 현인의 ‘신라의 달밤’을 “아. 아...,아”하고 흉내를 내고, ‘고향무정’을 멋지게 부르던 용희준(龍熙俊)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경북 문경에서 있었던 일이다. 혼잡한 국도를 피해 험악한 새재(鳥嶺) 산길을 넘어 산 밑 초가집에 도착했는데, 집안의 공간은 먼저 온 피난민이 모두 차지하고, 공간이 없어 추녀 밑에 쪼그리고 앉아 겨울밤을 새운 상호는, 새벽 동이 트자마자 걷는 것이 추위를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