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유격훈련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 유격훈련 1954년 4월 5일이다. 월남으로 떠나기 전에 1개월간 유격훈련을 받기 위해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에 있는 유격 훈련소로 입소를 한다. 밀림 지대에서 ‘베트콩’과 싸우려면 비슷한 환경과 여건에서 산악지 훈련을 받은 후 월남전에 참전하라는 육군본부 명령이다. 밧줄을 잡고 경사진 나무판을 오르내리고, 계곡을 가로질러 밧줄 3줄로 가설된 구름다리에 올라, 좁혀진 밧줄을 넓혀가며 계곡을 건너가는 산악지훈련, 밧줄을 사용해서 절벽을 오르내리는 ‘레펠 훈련, 산과 저수지를 가로지른 밧줄에 ’도로래‘를 달고 ’도로래‘에 의지해서 저수지를 건너는 도하훈련과, 야간에 지도에 의지해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야간 독도법 훈련으로 파월 자병은 월..
[35]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잘있어라 부산항 아 노병의 독백 - 잘 있어라 부산항 아 오후 2시가 되어 수송함 갑판과 부두에 가설된 임시 무대를 중심으로 떠나는 장병과 보내는 가족, 단상에 앉은 각계각층 기관장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 보며 환송 행사가 시작된다. 임시 무대 마이크 앞에 선 기관장이 바다 건너 수송함 갑판 위에 도열한 장병을 향해, 월남에 가서 용감히 싸워 국위를 선양하고 몸 성히 개선하여 부산에서 다시 만나자는 요지의 환송사(歡送辭)를 한다. 행사가 끝나자 수송함은 고동을 울리며 서서히 뱃머리를 돌린다. 부두와 갑판을 하나로 이어주던 5색 테이프가 끊기며 환송객이 흔드는 태극기 물결이 힘차게 파도친다. 상호에겐 “빠앙...,” 하고 울리는 수송함 고동소리가 슬프게 들린다...
[36]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주인과 나그네 입장 노병의 독백 - 주인과 나그네 입장 아침에 수송함은 ‘나트랑’ 항에 입항했으나, 내항엔 들어가지 못하고 외항에 닻을 내린다. 내항은 전쟁을 하느라 바다 밑의 모래를 준설(浚渫)하지 못해서, 바다 깊이가 얕아져 1만 톤급 이상은 내 항 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항에 닻을 내린다고 하는데, 상호가 탄 수송함 ‘바레트’ 호는 1만 3천 톤급이다. 아침에 작업을 하기 위해 월남 사람이 배에 오르는 데, 미군 헌병 이 월남 사람의 몸수색을 한다. 상호가 생각하기엔 ‘나트랑’은 월남 땅이오, 항구는 월남 항구인 데, 미군 헌병이 월남 땅에서 월남 사람 의 몸수색을 하는 것은, 주인과 나그네 입장이 뒤바뀐 처사라고 생각 했으나, 지나가는 마군 장교로부터 지난 5제대 ..
[37]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수도 사이공 노병의 독백 - 수도 사이공 오후 3시, 상호가 ‘나트랑’ 공항에서 사이공 ‘단산누트’ 국제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줄서 있는 데, 월남 사람들 틈에 상호 일행 15명과 함께 간간이 미군 사병도 눈에 띈다. 미군 TMO(역내 파견 수송대) 하사관이 미군 상사를 데리고 와서 줄서있는 상호 앞에 세운다. 상호는 약소민족의 비애를 씹으며, “너는 군대 예절을 아느냐-Do you know the millitary courtesy"라고 일갈하니,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뒤로 물러간다. 오후 5시에 상호가 ‘탄산누트’ 국제공항에 내리니, ‘사이공’은 한 나라의 수도답게 넓고 큰 도시지만 교통을 정리하는 순경이 안 보이고 질서는 엉망이다. 거리엔 자동차보다 오토..
[38]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진중근무 노병의 독백 - 진중근무 아침에 상호가 사령부로 출근하니 인사참모부 교류장교가, “전쟁터에 왔으니 보직을 받기 전에 전방에 나가서 진중 근무를 하시오”라고 한다. 일행 15명을 중부 ‘나트랑 지역의 백마부대, 퀴논지대의 맹호부대로 배치하는 데, 상호는 일행 5명과 같이 ’나트랑‘ 지역의 백마부대로 배치 받는다. 상호로선 ’베트콩‘과 싸운다는 것은 각오한 일이지만 싸움터로 가게 되니, “병은 사야 (兵死也)라는 글귀가 떠오르며, 전사라는 단어가 눈앞에서 얼른거 리고, 짧은 기간의 전투 경험이라는 것을 굳이 마음속으로 되뇌어 본다. 오전 11시에 상호 일행이 ‘탄손누트’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후 4시에 ‘나트랑’ 비행장에 내려 ‘백마부대’로 가려 했으나, 차..
[39]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주월한국군사령부 노병의 독백 - 주월 한국군사령부 상호가 명령에 따라 정보참모부를 찾아가니, 사무실에 있던 장병들이 환영한다는 인사를 한다. 참모(尹晟重 大領)에게 신고 하 니, 신고를 받은 참모는 “타 참모부에서 김 소령을 전입 요청했지만 내가 요청해서 우리 참모부로 왔으니, 한 달 도안 상황실 근무를 하면서 월남전 양상을 파악한 후에 정보 업무를 맡으시오”라고 한다. 사호에겐 처음 근무하는 상황실이다. 업무내용은 육군 정보학교 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던 정보실습 그대로다. 밤 12시에 맹호부대 와 백마부대, 그리고 청룡부대의 전투 결과를 종합하여, 새벽 2시에 서울 합참(合同參謀本部)에 보고하고, 월남에서 일어나는 긴급 사항 을 조치하는 것이 상황실에 부여된 임무다. ..
[40]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베트콩의 공세활동 노병의 독백 - 베트콩의 공세활동 어제(1969. 6. 1)부터 연합군에 대한 ‘베트콩’의 공세활동이 치열하다. 작년 구정공세 이후 처음 있는 ‘베트콩’의 대공세라고 한다. 상호가 맡은 업무가 월남전의 상황판단과 작전지역 분석, 한국군의 작전방향을 제시하는 일인데, 상황이 벌어지니 정신없이 바쁘다. 상황판을 정리하며 ‘베트콩’의 공세활동을 분석하고, 기존(旣存) 상황을 수정하는 데, 전쟁을 한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 다. 상호가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서 상황을 분석한 적정(敵情)이 미군의 정보판단과 일치하고, 상황이 벌어지며 적의 움직임이 상호 판단과 맞아떨어지니 일한 보람을 느낀다. 오후에 전략정보과의 목영칠 군무관이 와서 ‘회보’를 읽어주고, “..
[41]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크게 보이는 태극기 노병의 독백 - 크게 보이는 태극기 한국은 반만년의 여사를 통해 지정학적 견지에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아 민족 성은 피폐하고, 자주성이 희박하여 그래서 “빨리빨리” 문화가 생겨난 지도 모른다. 더러는 대륙으로 뻗어가는 정권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세력이 외세에 의지하여 정권을 유지하고, 그들 종주국의 정책을 무조건 신봉하며, 스스로 그들 장악 하에 들어가는 자주성이 없는 민족으로 전락한다. 한국의 역사를 살펴봐도, 고구려라는 역사는 있었어도 그보다는 당나라, 명나라, 청나라, 일본이라는 나라의 영향이 더 컸고, 공자와 맹자, 주자의 가르침은 절대적이오, 조선조 500년의 당쟁과 주자학의 폐해는 우리 생활과 ..
[42]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목숨과 바꾼 무공훈장 노병의 독백 - 목숨과 바꾼 무공훈장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상호가 4층 베란다에 앉아서 2층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려고 기다리고 있는 데, “쾅”하는 폭음과 함께 번쩍하며 푸른 섬광(閃光)이 비친다. 입구(口)자로 된 숙소 베란다에 앉았던 미군장교와 한국군 장교들이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각 방에서 장교들이 권총을 들고 현관으로 달려가고, 상호도 서둘러 방으로 달려가서 침대 밑에서 권총을 꺼내들고 현관으로 달려가니, 호텔 앞은 깨진 유리와 흩어진 나무쪽으로 아비규환이다. 미군 헌병이 도로를 차단하고 교통을 정리하는데, 월남인 남녀 10여 명이 모여서 쑤근거린다. 월남인 남자가 손수레를 끌고 호텔 정문으로 접근하려는 것을, 미군 경비병이 들어오지 못하게 ..
[43]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잘 있어라 캄란 항 아 노병의 독백 - 잘 있어라 캄란 항 아 민심참모부 허남욱 소령이 월남전에서 임기를 마친 장병을 인솔하고 귀국하는 제12 제대장(梯隊長)으로 명령이 났는데, 풍토병(眼疾)으로 입원하니, 그 직책이 상호에게로 떨어진다. 월남전에서 임기를 마친 장병이 보따리를 싸고 수송함을 타면 집으로 가는 줄 알았는 데, 상호가 귀국 장병의 인솔책임을 맡게 되니 상황이 달라진다. 귀국준비가 늦었다고 생각한 상호는 귀국 장병의 소집공고를 요소 에 부치고, 귀국을 위한 제대장 업무를 시작한다. 귀국 장병의 화물을 연병장에 집결하는 날이다. 평소에 귀국 준비를 하였기에 당황하지 않고 짐을 쌀 수가 있었다. 보안대 부대장(副隊長)으로 있는 상호 동기생 오(吳淳錫) 중령이 소..